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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 Coffee > 커피관련소식 > "고국서먹던고기"김해외국인로자들줄섭니다

 
작성일 : 13-05-21 13:39
"고국서먹던그고기"김해외국인근로자들줄섭니다
 글쓴이 : HANDS
조회 : 2,300  
중앙일보 2013.05.20
 
위기의 골목상권, 강소상인에게 배우자 ④ 유성식육점 오경란 대표님
월 매출 6000만원 비결 뭡니까
 
요즘처럼 불황이 깊어지면 ‘손님이 있어야 뭘 하든지 할 거 아니냐’고 한탄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다. 너나없이 지갑을 꼭꼭 닫는 통에 가게에서 손님 얼굴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골목상권뿐 아니라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덩치 큰 유통업체도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김해시 동상동 동상시장에서 식육점을 하는 오경란(49) 대표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는 “손님이 없다는 건 주인의 핑계다. 그건 분명히 주인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거다”라고 잘라 말했다. 오 대표는 남들은 다 불황이라는 요즘도 한 달에 5000만~6000만원의 매출을 거뜬히 올린다. 지난 14일 오 대표를 만나 고사 직전이던 동상시장을 살려내고 자신의 가게에서도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비결을 들었다.
 
 
 
그는 “장사를 잘하려면 우리 가게를 내가 파는 상품을 내 눈이 아니라 항상 손님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게 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기 물건이 가장 좋고 값도 싸다고 자부한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건 주인의 착각일 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다. 오 대표는 “나야말로 우리 집 고기가 가장 좋다고 자부하다가 쫄딱 망해 빚더미에 앉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가 동상시장에서 스무 평 남짓한 유성식육점 사업에 뛰어든 건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무렵이다. 그는 “외환위기 때 시작했지만 큰 욕심 안 냈기 때문에 그럭저럭 먹고살 만은 했다”고 했다. 하지만 약 5년 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김해의 상권이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옮아가고 주변에 메가마트·롯데마트 등이 들어서면서다. 오 대표뿐 아니라 동상시장 내 100여 개의 점포가 모두 고사 직전의 위기로 내몰렸다. 오 대표는 “어제까지 오던 손님이 거짓말처럼 뚝 끊기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처음엔 그대로 버텼다고 한다. 김해 어딜 가도 우리 가게만 한 고기를 더 싼 가격에 구할 수는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매출은 반 토막 났고 가게세와 인건비 등이 밀려 빚으로 연명하는 처지가 됐다.

 오 대표는 “속이 상해 혼자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며 “그러다 얼마나 좋은지 대형마트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고 했다.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깨끗하게 진열된 고기를 환한 미소를 한 판매원이 팔고 있더라는 거다. 그는 “나 같아도 우리 가게에서 고기를 안 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질퍽거리는 바닥과 자기 물건만 돋보이게 하려고 툭 튀어나온 매대,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원산지도, 가격도 표시하지 않은 자신의 가게와는 너무 대조됐다. 오 대표는 조그만 노트를 들고 다시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점포의 조명, 상품 진열, 직원들의 옷매무새와 표정까지 꼼꼼히 메모했다. 그는 내친김에 서울의 유명 백화점이나 장사가 잘된다는 시장까지 답사했다. 그 결과 가게는 물론 시장 전체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김해시와 인제대 등을 돌며 ‘상인대학’ 강좌를 두 번이나 듣고 교수들한테 매달려 조언을 들었다. 그는 “5000만원을 빚내 가게를 완전히 리모델링했다”며 “불부터 환하게 하고 원산지·가격 표시판도 설치하고 내가 아닌 손님의 눈으로 가게를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시장 내 일부 점포 주인은 김해시의 지원을 바랐지만 돈을 벌려면 나 스스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오 대표가 가게를 리모델링했지만 김해공단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손님이 조금 늘었을 뿐 옛 고객들이 돌아오진 않았다. 그는 “당시는 외국인 근로자라고 업신여기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며 “하지만 난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손님은 왕으로 똑같이 대접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가 이처럼 모든 고객에 정성을 쏟자 주말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오 대표는 “아예 외국인 근로자 시장을 파고들자고 맘먹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엔 중국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전통시장을 찾아갔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신국별로 무슨 고기를 좋아하는지 현지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나라별로 선호 부위가 다르다는 걸 알아냈다. 중국인은 돼지고기의 잡뼈·간·기름 등을 좋아하고,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인은 소창·대창 등을 필요한 양만큼만 사더라는 것이다. 또 우즈베키스탄인은 소의 염통이나 밥통 같은 내장과 소기름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 대표는 다른 식육점에서는 많이 취급하지 않는 돼지나 소의 부산물을 파는 별도 진열대를 마련했다. 안심이나 등심 같은 쇠고기나 삼겹살 등도 찾지만 자신들이 선호하는 부위까지 갖춘 오 대표의 가게에 외국인 근로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 대표는 “공짜를 좋아하는 중국인에겐 돼지기름을 덤으로 주고 알뜰한 베트남 사람들한텐 1000원·2000원 하는 식으로 포장 판매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의 가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상시장 안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집이 됐다. 그리고 시장 내 다른 점포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우선 오 대표 바로 옆에서 생선가게를 하던 집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나이가 지긋한 상인들도 오 대표의 지적대로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데 동참했다. 김해시까지 나서 시장 통로에 차양막을 설치하고 간판을 정비해주는 등 시설 현대화를 지원했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한 효과가 나타났다. 주변 대형마트 등으로 쏠렸던 국내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 대표는 “시장 상인들이 요즘은 장사할 맛이 난다고들 한다”며 “모두 한마음이 돼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팔아야 한다고 똘똘 뭉쳐 있다”고 전했다. 동상시장은 이제 부산은 물론 전국의 전통시장 상인이나 공무원들이 찾는 벤치마킹 배움터가 됐다.

 오 대표는 자신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바꾼다고 다 들어맞으란 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열심히 할수록 그만큼 실패할 확률은 줄어든다”며 “더욱이 주인의 입장이 아닌 손님의 눈으로 바꾼다면 반쯤은 성공한 것”이라며 웃었다. 오 대표는 지금도 김해시 등에서 개최하는 각종 상인 관련 워크숍에 빠지지 않는다. 또 밤새워 공부해 중국·베트남·캄보디아어 등 5~6개 국어로 간단한 인사말이나 계산을 할 수 있다. 명절 때도 쉬지 않고 365일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이 찾으면 1분 이내에 달려간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