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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2012.11.23
['같은 브랜드 신규 점포 500m내 금지' 규제의 역설] 동네빵집 보호하려 했는데 1위 '파리바게뜨' 출점 막히자 2위 '뚜레쥬르' 가맹점만 늘어 점포 권리금도 치솟으며 신규 창업 비용 부담 커져
지난해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김희석(57·가명)씨는 퇴직금과 예금을 모아 서울 강북에 '파리바게뜨' 빵집을 열려다가 최근 포기했다.
그는 처음 파리바게뜨 본사에 신규 점포 개설을 문의했다. 그러자 본사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부터 기존 점포의 반경 500m 안으로 신규 점포 개설을 금지해 귀하가 희망하는 곳엔 새로 점포를 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김씨는 매물로 나와 있는 파리바게뜨를 물색했고, 마침 적당한 장소의 매물을 찾아냈다. 그런데 기존 주인이 권리금으로 1억4000만원이나 요구했다. 유동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지역인데도 많은 권리금을 요구한 것이다. 김씨는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기존 주인은 4년 전 권리금 2000만원을 내고 들어왔는데 7배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 규제 때문에 새 점포를 열기 어려워지자 기존 점포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생긴 현상"이란 설명을 들었다. 김씨는 결국 빵집 사장이 되려던 마음을 접고,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
◇기존 가맹점주들 권리금 치솟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잇따라 '기존 점포의 반경 500m 이내 같은 브랜드의 신규 점포 개설 금지'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4월 빵집을 시작으로, 5월엔 피자·치킨, 11월 21일엔 커피전문점에도 비슷한 기준이 생겼다. 공정위는 연내에 편의점에도 같은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같은 상권에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가 여러 개 난립하는 것을 막아 기존 가맹점주를 보호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 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일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기준을 도입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제빵 업계 2위인 '뚜레쥬르'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업계에 따르면 새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위 업체의 문부터 두드린다. 일정 수익이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정위 규제 이후 1위 업체의 간판을 달고 새로 창업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파리바게뜨 가맹점 수는 3095개에 이른다.
그러나 2위 뚜레쥬르는 상황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뚜레쥬르 가맹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81개로 파리바게뜨의 절반에도 못 미쳐, 새 기준에도 빵집을 새로 열 곳이 많다"며 "파리바게뜨를 알아보던 사람들이 뚜레쥬르를 여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2위 업체도 반사이익
실제로 규제 이후 뚜레쥬르의 신규 출점이 파리바게뜨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규제 이전인 1~4월엔 파리바게뜨 신규 출점이 40개로 뚜레쥬르 36개보다 많았지만, 5~10월엔 뚜레쥬르가 72개로 파리바게뜨의 30개를 큰 차이로 역전했다. 〈그래픽 참조〉 이를 두고 업계에선 '공정위가 중소기업 신화를 죽이고 대기업 계열사를 살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뚜레쥬르는 CJ그룹의 계열사이고, 파리바게뜨는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중견기업이기 때문이다.
◇규제의 취지 반감
결국 같은 지역에 여러 가맹점을 중복 개설하지 못하게 해 가맹점주 피해를 막자는 규제의 취지도 반감되고 있다. 기존 파리바게뜨의 반경 500m 안에 새 파리바게뜨만 들어올 수 없을 뿐, 뚜레쥬르 같은 다른 브랜드는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얼마 전 서울 강북에 뚜레쥬르 가맹점을 새로 연 이민기(45·가명)씨는 "당초 파리바게뜨를 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뚜레쥬르를 선택했다"며 "파리바게뜨를 오가던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도록 파리바게뜨 인근에 빵집을 열었는데 생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고 파리바게뜨 주인의 눈총만 받고 있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유동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기존 가맹점에 손해를 끼치지 않고 여전히 새로 개설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공정위가 일률적으로 거리만 기준으로 내세워 신규 출점이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뚜레쥬르 관계자는 "우리도 공정위 규제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지나친 몸집 불리기를 자제하면서 꾸준한 성장을 하자는 정책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일 뿐 반사이익을 봤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새 기준이 이제 막 시행된 단계인 만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가맹점주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과열 경쟁 완화 등 기준 도입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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