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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3.08.30
#1.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다. 세상의 전부일 것 같았던 컴퓨터는 모바일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추세다. 종이는 몰락했다고 말한다. 5~10인치대 화면 안에 수많은 콘텐츠를 어떻게든 잘 넣기 위한 노력이 가장 필수적인 것이 됐다. 광고의 기본처럼 여겨졌던 인쇄와 필름 부문은 어느새 `인터넷`으로 통칭되는 디지털과 모바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미래는 모두의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스마트폰 안을 누가 얼마나 점령하는지가 핵심이 될까.
#2. `상업적`이라는 말을 피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제품과 서비스 판매`라는 진짜 목표는 마케팅에서 뒤로 숨겨지고, 은근한 접근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상업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제품의 기능도, 서비스의 핵심도 모두 아름다운 화면 속에 사회공헌적 메시지를 담아 은근하게 제시해야 하는 것이 트렌드인 것처럼 보인다.
앞의 두 가지는 모두 상당 부분 `사실`로 여겨진다. 스마트폰이 급부상하면서 떠오른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너도나도 `디지털 마케팅`과 `모바일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번다는 기업의 기본 가치는 광고나 마케팅에서 정면에 내세우면 다소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광고인들의 꿈`이라고 불리는 칸 라이언스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가 옛 이름, 이하 칸 라이언스)에 무려 28년간 몸담았고, 그중 10년은 수장인 조직위원장 자리를 지킨 테리 새비지는 이 두 가지 명제는 사실이지만, 전부 사실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매일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 흔쾌히 응한 새비지 위원장은 "모바일이든 종이든 플랫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칸 라이언스에 모바일 부문까지 신설된 마당에 조직위원장답지 않은 코멘트가 아닌가. `착한 광고` 위주로 가는 트렌드 역시 인정하면서도 `칸은 산업의 대변자"라며 "기업에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는 결국 자신의 제품 판매를 늘리는 것이고, 그다음에 여기에 뭔가 더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그가 생각하는 광고와 마케팅, 그리고 이를 담는 플랫폼의 미래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다.
―작년부터 칸 라이언스에 모바일 부문이 신설됐는데.
▶모바일 규모가 커지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모바일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모바일이라는 것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쓰고 있을 것이다.
모바일은 매우 중요하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등 어떤 수단으로든 정보에 즉각적으로 접근하게 해주면서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핵심은 아이디어다. 아무리 좋은 인프라스트럭처가 깔려 있다고 해도 아이디어, 크리에이티브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지금은 위기를 겪고 있는 신문이나 잡지도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또 신문이 지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해도, 종이신문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모바일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시킬 수만 있다면 어떤 플랫폼이든 상관없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착한 기업` `착한 마케팅`이 대세인데. 한국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강하다.
▶마케터들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기업에서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작업이라는 것의 1차적 목표는 제품 판매 증가다. 그리고 그다음이 무언가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프로젝트들을 보면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고와 마케팅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칸 라이언스는 `산업의 대변자`다. 우리는 산업이 우리를 이끄는 방향대로 갈 것이고, 어디로 어떻게 갈지에 대해선 그 누구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예측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산업이 이끄는 방향대로 크리에이티브를 잡고 있는지, 그런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해내고 있는지다. 칸 라이언스가 산업의 대변자인 만큼 또 한편으로는 크리에이티브와 영감(Inspiration)의 대변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크리에이티브와 영감을 통해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질 높은 작업을 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광고`를 빼고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ㆍ창의성)`를 넣었을 만큼 업계도 변한 것 같다.
▶기존의 광고업계가 더 이상 단순한 광고업계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그 범위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어졌고, 결국 광고라는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주가 되는 시대 아닌가. 이제 광고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활용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그리고 핵심은 다시 한번 `크리에이티브`다. 크리에이티브는 산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을 조금 더 잘 보이게 해 사람들이 현재 상황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하고, 많은 일을 끌어안을 수 있게 해준다.
―올해 `이노베이션(innovationㆍ혁신)`이라는 부문이 추가된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특히 이노베이션 부문에선 아직까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오지 않은, 즉 베타 단계의 기술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는지가 핵심이었다. 광고회사들이나 마케터들도 이제 혁신적인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전반적인 큰 그림과 콘셉트를 잡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이노베이션일 것이다.
―올해 칸 라이언스에선 공익 캠페인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크리에이티브나 광고라는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소비자들의 생각과 마인드를 읽고, 이를 반영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올해 칸 라이언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공익 캠페인도 그런 차원으로 봐야 한다.
또 오늘날 소비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많이 축적한 상태다.
그런 이들에게 지속 가능하게,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한 콘텐츠들이 보여졌을 때 곧바로 먹힌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훌륭한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가 잘 적용된 사례다.
―소셜미디어를 언급했는데, 소셜미디어의 범람으로 마케터들과 광고인들이 더욱더 조심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현재 상황이 과거에 비해 어려운 건 맞다. 모든 차원에서, 모든 방향성을 고려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심한 케어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진실을 말하고 믿음을 부여하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마케터들이나 광고인들이 자신들이 친구를 사귀듯이 고객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행동과 사회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한 후 그것을 진솔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마케터의 기본 자세다.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맥락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광고업계에서 `트렌드`라는 단어는 어쩌면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광고업계를 관통하는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트렌드는 현재 존재하고, 그리고 지나가고, 또 다시 오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특정 트렌드 하나를 꼽아 그것을 따라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특정 트렌드가 `트렌드`라고 강조하는 것 역시 무의미한 일이다. 그저 상황에 맞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어떻게 잘 실현하는지가 관건이다. `트렌드`라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칸 라이언스 수상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떠오르는 시장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칸 라이언스에서 수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칸 라이언스에서 상을 타고 주목받는 것 자체가 변화의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에이전시에 대한 언급을 할 순 없지만, 한국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고 떠오르는 곳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또 한국의 `기술의 완벽함`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지식과 기반산업은 분명 한국의 크리에이티브를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 테리 새비지는…
무려 28년간 현재 칸 라이언스로 이름이 바뀐 칸 국제광고제에 몸담아온 광고업계의 거물이다. 호주의 `얄 모건`이라는 영화 광고업체에서 일했으며 이후 15년간 칸 국제광고제의 호주 대표로 칸에 합류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조직위원장(CEO)을 맡고 있으며, 칸 국제광고제 외에도 두바이 링스와 유로베스트, 스파익스아시아 등의 광고제를 만드는데 기여했고 보드멤버로 활약 중이다.
■ 칸 라이언스 국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은…
매년 프랑스의 휴양도시 칸(Canne)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광고제다. 2012년부터 광고라는 이름을 명칭에서 빼고 `칸 라이언스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바꾸면서 광고의 지평 자체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엔 모바일 부문이, 올해는 이노베이션 부문이 추가되면서 크리에이티브와 아이디어 위주의 페스티벌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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